김진욱 감독, 비겁한 프런트가 씌운 누명

2013.12.02

조직의 리더는 성과를 책임진다. 프로야구처럼 순위로 성과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곳은 더욱 그렇다. 그러니 김진욱 전 두산 베어스(이하 두산) 감독이 팀을 올해 한국시리즈까지 진출 시켜도 해고될 수 있다. 구단주나 단장이 감독에게 우승이라는 성과를 원한다면 말이다. 기아 타이거즈의 선동렬 감독도 삼성 라이온즈(이하 삼성) 감독 시절 준우승을 하고도 해고당했고, 후임 류중일 감독은 팀을 우승 시켰다. 전지훈련에 간 감독을 전화로 해고한 것은 경우 없는 행동이지만, 신임 송일수 감독에게 빨리 힘을 실어주려는 의도였다면 이해할 수는 있다.

그러나, 두산 프런트는 김진욱 전 감독이 “승부사 기질”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정규 시즌 4위로 준 플레이오프부터 9게임을 치른 뒤 1위 삼성을 벼랑까지 몰았던 감독이다.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철벽 마무리 오승환을 상대로 연장 13회까지 끌고무너뜨린 승부사다. 게다가 프런트는 지난해 FA로 지명타자 홍성흔을 롯데 자이언츠에서 영입, 보상 선수로 검증된 투수 김승회를 넘겼다. 덕분에 폭 넓기로 유명한 타자들의 출전시간 배분은 더 힘들어졌고, 투수진은 악화됐다. 김진욱 감독의 운영 능력도 아쉬운 부분이 많았지만, 팀에 회복 불가능한 약점을 만든 것은 프런트다. 하지만 “승부사 기질”이라는 한 마디로 모든 책임은 김진욱 감독에게 돌아갔다. 2위팀을 이어받은 송일수 감독도 성적을 못 내면 “승부사 기질” 문제라는 핑계도 생겼다. 팀 내 모든 FA는 놓치고, 타 팀 FA는 못 잡고, 팀 내 최고 유망주 중 한 명을 나이와 연봉 둘 다 더 많은 선수와 트레이드한 프런트의 행동도 묻을 핑계.

두산 팬들이 잠실야구장에 “잘할 땐 프런트 야구 못할 땐 감독야구?”처럼 야유 가득한 문구의 화환을 보낸 것은 단지 예의 없는 감독 교체 때문은 아닐 것이다. 이 팀의 프런트는 감독에게는 과도한 책임을, 스스로에게는 권한과 면죄부를 줬다. 한마디로, 비겁하다. 덕분에 2년 동안 팀을 이끌었던 감독은 평생 “승부사 기질”이 부족하다는 꼬리표가 달린 채 재취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그리고, 팬들은 이 팀을 사랑해야할 이유가 무엇인지 고민에 빠졌다. 두산 그룹의 모토는 “사람이 미래다”. 맞다. 조직이 사람에게 하는 짓을 보면, 그 조직의 미래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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