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하니, 삼성 라이온즈 박한이

2013.11.18

총액 500억. 한국 프로야구 FA시장의 라디에이터가 제대로 터졌다. 99년 FA제도가 도입된 이후 역대 1~3위 계약이 모조리 물갈이됐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각기 도루왕 경력을 자랑하는 ‘1번 타자 중견수’ 3인방의 계약이었다. KIA 타이거즈(이하 KIA)의 이용규는 4년 67억 원에 한화 이글스로 이적했으며, 두산 베어스 이종욱은 4년 50억 원에 NC 다이노스로, 그리고 LG 트윈스 이대형은 4년 24억 원에 KIA로 팀을 옮겼다. 의심의 여지없이 이들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외야수들이다. 하지만 이종욱의 계약은 만 34세부터 시작되며, 이용규는 어깨부상으로 내년 후반기에나 복귀할 수 있다. 그리고 이대형의 계약은 아마도 대주자급 시즌을 보낸 선수가 맺은 최고액 계약으로 역사에 남을 것이다.

이들의 초고액 계약은 한국 야구가 사랑하는 한 단어로 설명 가능하다. 기동력. 장타력이 부족한 이 리그에서 ‘빠른 발’에 대한 애정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벌써 10년 전인 2004년 정수근이 40억을 돌파한 바 있고, 지난해 김주찬은 역대 2위에 해당하는 50억의 몸값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하지만 주력은 ‘머니볼’의 빌리 빈 단장이 가장 먼저 버린 지표이자 가장 과대평가되기 쉬운 통계이기도 하다. 빈 단장은 주력을 포기하는 대신 출루율에 주목, 이제는 모두가 다 아는 오클랜드의 신화를 창조해냈다.

한국에 빌리 빈이 있었다면 가장 먼저 데려갔을 선수, 주력을 과대평가하고 출루율을 과소평가하는 한국 야구계를 그대로 보여주는 선수는 바로 박한이다. 2009년 3할 타율과 4할 출루율을 기록하고도 불러주는 팀이 없어 원 소속팀과 2년 10억 원의 ‘노예 계약’을 맺었던 박한이. 매 시즌 타율보다 1할 가까이 높은 출루율을 보여주는 검증된 ‘출루 머신’이었건만 도루가 한 자릿수로 떨어진 이후 박한이에 대한 평가는 늘 야박하기만 했다. 한국시리즈 MVP가 아니었다면 4년 28억 원조차 언감생심이었을지 모르는 박한이, 그는 500억의 FA 잔치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 악물고 달려 4년 전의 아픔을 보상받았다고 한숨 돌리던 ‘달려라 하니’. 옆 레인을 살펴보니 자기 빼고는 전부 나애리 인생이었다. 하니야, 하니야, 타석에서는 그토록 진을 빼도록 신중하더니 도장은 왜 그리도 서둘러 찍었느냐. 그저 애석한지고. 울지 마라, 하니야.
 

 
이민호
MBC 스포츠 PD. 주요 연출작 <야구夜!>, <야구 읽어주는 남자>. “소시민은 도전하는 자를 비웃는다”는 노모 히데오의 말은 한계투구수를 잊게 하는 인생의 에너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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