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룡, 덩크슛이 가져온 국가대표 골키퍼의 위기

2013.11.11

축구에서 일단 주전으로 자리 잡으면 뺏기도 빼앗기기도 쉽지 않은 포지션이 바로 골키퍼 자리다. 25살에 월드컵 주전 골리로 발탁되는 것과 28살에 그 주전 자리를 위협받는 것 중 어떤 것이 더 힘든 일일까?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No.1 골키퍼 정성룡이 바로 사연의 주인공이다.

11월 10일 열린 수원과 포항의 K리그 클래식 36라운드 경기. 전반 31분 포항의 이명주가 로빙슛을 날렸고 수원의 골키퍼 정성룡은 공을 제대로 잡지 못하는 실수로 실점하고 만다. 정성룡이 약간 앞으로 나온 것을 보고 시도한 지능적인 슛이었지만 충분히 잡을 수 있는 공이었고, 특히 한 번 놓친 볼을 다시 잡으려다가 볼이 골대를 맞고 골문으로 들어가면서 ‘정성룡 덩크슛’이라는 불명예 동영상이 흉터처럼 남고 말았다.

국가대표 골키퍼로서 정성룡의 최대 무기로는 안정감과 뛰어난 킥력이 꼽힌다. 특히 안정감은 골키퍼의 최대 덕목으로 2002 월드컵 당시 이운재가 김병지를 제치고 발탁된 배경이기도 하다. 하지만 올 시즌 정성룡이 보여주는 모습은 안정감과는 거리가 있다는 평이다. 3년 연속 리그에서 경기당 1점 이상을 실점하고 있고, 올 시즌 역시 31경기 37실점으로 경기당 1.19골을 내주고 있다. 경기당 실점이 골키퍼의 능력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잠재적 경쟁자인 김승규(울산, 29경기 23실점), 신화용(포항, 31경기 30실점) 등과 비교되는 것은 당연한 일. 기록뿐 아니라 내용면에서도 과거에 비해 안정감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여전히 뛰어난 킥력을 강조하는 건 ‘된장찌개가 맛있는 고기집’과 똑같은 얘기다.

상대적으로 작은 신장 때문에 발탁되지 않고 있는 신화용, 아직은 보여준 것이 많지 않은 김승규에 비해 정성룡은 여전히 절대적으로 유리한 ‘기득권층’의 입장. 그리고 그동안 기득권을 차지할 만한 능력과 경력을 보여준 것도 사실이다. 다만 우리는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기득권층의 분발을 이끌어낼 때는 배려보다는 경쟁을 통한 위기감 극대화가 효과적이라는 것을. 팬들은 원한다. 무한 경쟁을 통해 누가 진정한 ‘No.1 클래스’를 갖고 있는 선수인지 직접 확인할 수 있기를 말이다.
 
이민호
MBC 스포츠 PD. 주요 연출작 <야구夜!>, <야구 읽어주는 남자>. “소시민은 도전하는 자를 비웃는다”는 노모 히데오의 말은 한계투구수를 잊게 하는 인생의 에너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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