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탕과 열탕 사이, 조셉 블래터 FIFA 회장

2013.11.04

UN보다도 많은 208개 회원국을 거느린 FIFA의 수장, 조셉 블래터. 하지만 최근 행보는 조금 위태위태하다. 9월에는 2022년 월드컵 개최지로 카타르를 선정한 것이 실수라고 고백해 조소를 사더니 10월에는 대형 사고를 치고 말았다. 강연 도중 메시와 호날두를 비교하며 메시는 모두가 사랑하는 착한 아이, 호날두는 헤어스타일에나 신경을 쓰는 군사령관 같다고 말해 구설에 오른 것이다. 후폭풍은 즉각적이었다. 당사자인 호날두는 자신을 군사령관으로 묘사한데 대한 대답으로 거수경례 골 세리머니를 해 불쾌감을 표시했으며, 포르투갈 축구협회와 레알 마드리드도 항의 성명을 발표했다. 블래터 회장은 사과문을 발표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돌려 생각해보면 역시 FIFA의 수장답다. 그의 한마디 한마디에 전 세계 축구 레전드들이 속속 전장으로 입성하고 있으니 말이다. 공개적으로 차기 FIFA 회장 도전을 선언한 프랑스의 미셸 플라티니 UEFA 회장을 필두로, 정치인으로 변신해 블래터 비판에 앞장서고 있는 호마리우(브라질) 그리고 크리스티아노 호날두까지 블래터 회장의 도발에 ‘강제 입갤’당하고 있는 셈이다. 80년대의 플라티니, 90년대의 호마리우, 2000년대의 호날두라니 십자군을 부른 술탄 살라딘 이후 최고의 섭외력이라 할 만하다.

홍보전문가 출신답게 이슈를 만들어내는 능력도 탁월하다. 호날두와 즐라탄의 맞대결로 안 그래도 빅매치였던 포르투갈과 스웨덴의 경기는 ‘끝판왕’ 블래터를 치러 가기 위한 호날두의 성전(聖戰)으로 격상되었다. 남미와 유럽의 본선 티켓을 줄여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티켓을 늘리자는 떡밥에는 네 개 대륙이 낚일 수밖에 없다. 덕분에 월드컵은 다시금 이슈의 중심에 서고 있다. 알프스에서 태어나 섭씨 50도를 넘나드는 사막에 축구대회를 유치한 남자, 냉탕과 열탕을 오가는 그의 갈지자 행보는 그래서 미워할 수만은 없다.

이민호
MBC 스포츠 PD. 주요 연출작 <야구夜!>, <야구 읽어주는 남자>. “소시민은 도전하는 자를 비웃는다”는 노모 히데오의 말은 한계투구수를 잊게 하는 인생의 에너지원.



목록

SPECIAL

image Mnet 악행전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