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푸른하늘 “‘홍대 아이유’라는 별명에 대해 크게 생각하진 않는다”

2013.11.07
곽푸른하늘은 혼자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싱어송라이터다. 게다가 올해로 스물한 살이 되었다. 여러모로 아이유를 떠올리게 하는 그녀는 실제로 ‘홍대 아이유’라 불리기도 한다. 그러나 곽푸른하늘을 주목하게 된 것은 별명 때문이 아니다. 아직 젖살이 채 빠지지 않아 동글동글한 얼굴은 마냥 귀여워 보이지만, 그녀가 쓰고 부르는 노래에는 깊은 생각의 흔적이 또렷하다. 나이에 비해 성숙해서 좋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그녀의 음악은 그 또래에만 예민하게 포착할 수 있는 감정을 차분히 풀어놓은 덕분에 빛이 난다. 스무 살이던 지난해 발매한 1집 앨범 <있는 듯 없는 듯>에서 그랬듯, 지난 9월 선보인 EP 앨범 <밤안개>에서도 스물한 살의 곽푸른하늘은 절대로 다 큰 어른인 척하는 법이 없다. 예전보다 아주 조금 더 다듬어진 목소리로 1년 동안 무엇을 고민하고 무엇에 아파했는지 노래할 뿐이다. “지금 이 나이대에 할 수 있는 것들을 열심히 하겠다”는 그녀의 말은 그래서 더더욱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아이즈>에서는 곽푸른하늘의 ‘읽히지 않는 책’을 들을 수 있습니다.

남장한 사진들을 모아서 사진집과 EP 앨범을 함께 묶었다. 거의 아이돌급 구성이다. (웃음)
곽푸른하늘
: 비싼트로피레코드의 박정근 씨와 공연 기획을 하고 있는 황경하 씨가 처음 제안을 해주셨다. 그때 잠시 망설이다가 냉큼 좋다고 해버린 거다. 남장을 하고 멋있게 수트를 입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튀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무대 공포증까지 느끼는 성격인데, 이번에는 남장한 채로 한강이나 롯데월드처럼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사진을 찍었다. 뭔 정신으로 한 건지 모르겠다.

<밤안개>라는 제목도 의미심장하더라.
곽푸른하늘
: 망치, 장미처럼 조직폭력배 느낌이 나는 단어들을 찾아봤다. 그중에 ‘밤안개’도 있었는데 말 없는, 고독한 2인자 느낌이 나서 고른 거다. 이게 아니었다면 <쾌남>이 될 뻔했다.

사진집 콘셉트는 굉장히 재미있는데, 정작 앨범 수록곡들은 슬픈 분위기를 담고 있다. 어떤 의도가 있었던 건가.
곽푸른하늘: 사진집과는 전혀 다른 EP를 만들고 싶었다. 남장한 곽푸른하늘이 아니라 그냥 곽푸른하늘의 노래니까. 그래서 사람들은 재미있는 것과 슬픈 것, 두 가지를 동시에 보고 들을 수 있게 되는 거다.

특히 ‘읽히지 않는 책’에서 “나는 네가 쉬지 않는 공휴일 / 오늘 아침 떨어트린 머리칼 / 너의 창문에 말라붙은 빗방울 물 자국 / 기억하지 않는 어젯밤의 꿈” 같은 가사가 인상적이었다. 관계에 관한 이야기로 읽히기도 하는데, 어떻게 작업한 곡이었나.
곽푸른하늘
: 그 가사는 누군가에게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나 자신에게 하는 이야기였다. 심적으로 엄청나게 힘들 때 만들었다. 스무 살이건 스물한 살이건 똑같이 어리지 않나. 나이로는 성인이 됐지만, 마음은 성인이 아닌 것 같은 시기다. 나 역시 아무것도 모르는데 뭔가를 하고 싶긴 하고, 그렇다고 음악은 ‘내 일’이라고 말할 정도로 잘하진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상태에서 사람들만 계속 만나다 보니 나 자신을 비하하게 되더라. 나는 중요한 사람이 아니구나, 나에게조차 쓸모없는 사람이구나, 하고.

지금은 그런 기분에서 좀 벗어난 건가.
곽푸른하늘
: <밤안개>가 나왔고 공연도 해야 하니 그런 생각에 빠져 있으면 안 되는 거지. 그래서 지금은 잠시 잊고 있지만, 완전히 극복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스무 살이던 지난해 발매한 1집 앨범 <있는 듯 없는 듯>과 비교했을 때, 달라진 부분이 있을까.
곽푸른하늘
: 가사라는 부분에선 그렇다. 1집의 가사들은 지금보다 더 어릴 때 쓴 거라서 나도 아직까지 이해가 잘 안 간다. 뭐라고 하는 건지 알 수 없는 가사들이 많달까. 반면 이번 앨범의 가사들은 이야기하고 싶은 게 조금 더 명확해졌다는 느낌이다.

1집 수록곡들은 고등학생일 때 만든 거라고 들었다.
곽푸른하늘
: 대안예술학교에 다녔는데 졸업을 하려면 성과물을 제출해야 했다. 나는 내가 만든 곡들을 냈고, 첫 졸업생이자 처음으로 성과물을 낸 학생이어서 운 좋게 앨범까지 만들게 됐다. 사실 졸업은 1년 반 만에 했는데, 준비가 안 됐다는 이유로 내가 앨범 발매를 미뤘던 거다. 진짜 음악을 하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고 ‘누가 내 음악을 듣겠어?’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던 중 졸업을 하고 집에서 쉬었는데 1년이 넘어가니까 뭐라도 하고 싶더라. 그때가 되니 앨범을 만드는 것도 두렵게 느껴지지 않았다.

늘 혼자 노래를 만들고 부르다가 정식으로 녹음을 하는 일이 어렵진 않았나.
곽푸른하늘
: 스튜디오에 들어간 것도, 노래와 기타 연주를 녹음한 것도 처음이었다. 편곡도 잘 못해서 다른 분들이 다 해주셨고.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여서 시키는 대로 했던 것 같다. 앨범을 낸 후에야 음악을 해야겠다고 확신했다. 뭘 하면서 고등학교 시절을 보냈나 돌이켜보니, 음악 생각밖에 안 했더라. 그래서 ‘내가 이걸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구나. 재능이 없으면 재능을 키우지, 뭐’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앨범을 내고 쭉 홍대 앞에서 활동하면서, 그냥 대학교를 다녔으면 해보지 못했을 경험들을 다양하게 겪어봤을 것 같다.
곽푸른하늘
: 사람들을 만날 때가 가장 재미있다. 낯을 좀 가리는 편이긴 하지만 몇 번 만나면 괜찮아지더라. 소위 말하는 사회성이 좋은 건 아니고, ‘이게 이렇게 하는 건가? 이게 맞는 건가?’라고 생각하면서 사람들과 차차 친해져 가는 거다. 아, 그리고 단편선 씨와 함께했던 <홍대 아이유 결정전>도 기억에 남는다. 우리 둘이 ‘홍대 아이유’라는 타이틀을 놓고 라이벌 콘셉트로 노래를 했던 공연이었다.

사실 그게 가장 궁금했다. (웃음) 남성 뮤지션과 그런 대결을 하게 된 건데, 처음 제안이 들어왔을 땐 어떤 생각이 들던가.
곽푸른하늘: 타이틀을 보고는 “아…” 이랬는데 상대가 누구인지 들은 후엔 바로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웃음) 이건 이기고 지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가서 그냥 놀면 될 것 같았다.

단편선에게 질 수도 있단 생각은 안 했나.
곽푸른하늘
: 혹시나 사람들이 장난삼아 표를 (단편선에게) 몰아주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했다. 응원하는 쪽에 스티커를 붙여달라고 했는데, 중간 점검을 해보니 박빙이었던 거다. 내가 이해할 수 없었던 게 그거였다. ‘왜? 왜 지금 박빙이지? 아니, 아무리 단편선 씨가 여장을 하셨어도… 왜?’ 마지막엔 박수 소리로 승부를 가렸고, 결국 내가 이기긴 했다. 그런데 오히려 ‘홍대 아이유’는 단편선 씨가 돼버렸다. 사람들은 내가 이긴 줄 모르더라. 항상 “그거 어떻게 됐어요? 곽푸른하늘 씨가 졌나요? ‘홍대 아이유’가 누구예요?”라고 물어보신다. (웃음) 물론 어떤 분들은 종종 공연 소개 글에 ‘홍대 아이유 곽푸른하늘’이라는 말을 쓰시지만, 거기에 대해서 크게 생각하진 않는다. 내가 내 입으로 “홍대 아이유 곽푸른하늘입니다”라고 말하진 않으니까.


처음 앨범을 만들 땐 확신이 없었지만, 이제는 본인의 노래를 들어주고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생겼다는 게 큰 자극이 되겠다.
곽푸른하늘
: 노래에 대한 반응을 바로바로 주시니까 무조건 감사하다. 가사가 좋다거나 목소리가 좋다는 칭찬들도 많이 해주시고. 그런데 가끔은 칭찬을 들어도 좋은 줄 모르고 불안할 때가 있다. ‘싫어하시면 어쩌지?’라고 생각한다. 계속 실망시키지 않으려면 정말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너무 크다 보니 더욱더 그런 걱정에 빠지는 거다.

그런 불안을 떨쳐버리기 위해서 마인드컨트롤을 하는 편인가.
곽푸른하늘
: 그냥 놔둔다. ‘이걸 극복해봐야지’라거나 ‘이런 생각을 해서 뭐해’ 이런 것보다는 우선 다른 일들을 하면서 기다린다. 불안감이 금방 없어질 때도 있고, 숨어 있다가 다시 나타날 수도 있지만 내가 손을 써서 사라지게 만들 순 없는 거니까.

스무 살에서 스물한 살로 넘어오는 1년 사이에 좀 성숙해진 걸까.
곽푸른하늘
: 사는 게 뭔지 스무 살 때보다 더 모르겠다. 그게 변화라면 변화다. (웃음) 사실 둘 다 어떻게 보내야 좋은 건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스무 살 때도 대학을 간다거나 연애를 한다거나 술을 엄청나게 많이 마시는 것처럼 다들 해봐야 한다는 것들은 안 했다. 공연만 열심히 했지. 그렇지만 ‘아, 그때 그런 것들을 좀 할걸’ 하는 후회는 전혀 없다. 내 마음이 그쪽으로 가지 않는 걸 아쉬워할 수는 없지 않나. 지금도 똑같다. 언젠가는 ‘정말 재미없는 20대를 보냈구나’라고 생각하게 될 수도 있는데, 현재의 나는 이런 사람이니까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하지만 흔히들 경험을 많이 해봐야 좋은 노래를 부를 수 있다고 말한다.
곽푸른하늘
: 그런 결핍은 계속 있다. 그런데 이건 시간이 흐르고 그 과정에서 부딪히는 사건들을 내가 얼마나 받아들이느냐의 문제다. ‘이런 일이 있었지’ 하고 넘기는 게 아니라 뭔가 축적되는 경험이 필요한 거다. 그래서 나는 나에게 필요한 일만 하고 싶다. 다른 사람들의 분위기에 휩쓸려서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는 게 아니라 나한테 쓸모 있는 일만. 그러다 보면 작은 일에 흔들리지도 않고, 무대에서도 더 이상 떨지 않게 될 것 같다.

꾸준히 공연을 해나가는 것도 그런 노력의 일부인 건데, 12월엔 앨범 수록곡들을 편곡해서 공연한다고 들었다.
곽푸른하늘
: 1집과 EP 앨범에서 몇 곡을 골라 두 번 정도 공연을 할 것 같다. 비트도 넣고 아예 전자음악으로 편곡해보려고 한다. 전자음악은 앞으로 해보고 싶은 장르이긴 한데, 아직 배우지 못한 게 많아서 프로듀싱이나 연주는 EP 앨범의 프로듀서였던 다미라트가 맡을 예정이다. 공연까지 아직 시간이 좀 남은 만큼, 작업을 해보다가 괜찮으면 일부는 내가 맡을 수도 있겠지만.

본인이 지금 하고 있는 것과 완전히 다른 모습을 계속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는 건가.
곽푸른하늘
: 그렇기도 하고, 모든 장르를 다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거면 더더욱 좋고. 9월에 열린 ‘레코드 폐허’ 땐 일렉트릭 기타를 치면서 f(x)의 ‘첫 사랑니’를 부르기도 했는데, 그것 역시 새로운 장르를 시도해본 거였다. 서서 기타를 친 것도, 풀 밴드 구성으로 공연을 한 것도 처음이었다. 물론 잘하는 건지는 아직 모르겠다.

‘첫 사랑니’라니, 의외로 아이돌 그룹의 음악도 열심히 듣나 보다.
곽푸른하늘
: f(x)도 좋아하고 샤이니도 좋아한다. 참, ‘Everybody’로 컴백한 샤이니를 보니 태민이가 너무 너무 청초하더라. 그리고… EXO는 원래부터 좋아하고 있었다.

다음에 다시 록킹한 공연을 준비한다면, 누구의 노래를 커버할 건가. (웃음)
곽푸른하늘
: 글쎄. 아직은 모르겠다. 록밴드 구성에 아이돌 노래가 잘 어울리는 것 같긴 한데… 그 시기에 유행하는 노래를 고르지 않을까? (웃음)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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