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아라는 트러블메이커

2013.11.04

현아와 장현승의 트러블 메이커가 지난 10월 28일 발표한 ‘내일은 없어’ 뮤직비디오의 상단에는 19세 미만 관람불가 마크가 붙어 있다. 노출의 수위는 높고, 장현승은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신다. 아이돌의 세계에서, 아니 한국 가요계 전체로 확대해도 이 정도 수위의 묘사를 보여주는 뮤직비디오는 찾기 어렵다. 트러블 메이커의 화제성은 아이돌인 두 사람이 예상 이상의 수위로 섹시함을 선점했다는 데 있다. 단지 노출이나 신체 접촉의 수위가 높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지금까지의 걸 그룹은 무대 위에서 섹시했지만, 그것은 가상의 대상을 향한 것이었다. 그들은 어떤 명확한 대상 없이 그들끼리 섹시함을 어필했고, 이를 통해 불특정다수의 대중이 그들의 섹시함을 편안하게 소비할 수 있었다.

그런데, 트러블 메이커는 서로의 파트너에게 성적 매력을 어필한다. 특히 현아는 수많은 대중, 특히 남자들이 보는 앞에서 실체가 있는 한 남자를 유혹한다는 점에서 걸 그룹이 할 수 없었던 영역을 보여줬다 할 만하다. 현아의 솔로 활동과 트러블 메이커에서 보여준 모습에 대한 시선이 ‘섹시하다’와 ‘천박하다’로 극명하게 양분되는 이유다. 대중이 트러블 메이커를, 또는 현아의 섹시함을 즐기려면 그녀가 남자를 직접적으로 유혹하는 모습까지 봐야 한다. 현아의 춤은 관객인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다른 남자를 위한 것인 동시에, 안무나 콘셉트로 뭉뚱그려 설명할 수만은 없는 직접적인 몸짓인 것이다.

트러블 메이커의 ‘내일은 없어’가 흥미로운 지점은 여기서 생긴다. 그들의 시작을 알린 ‘Trouble Maker’는 남녀 아이돌이라는 유닛의 조합을 강조했고, 그들의 만남만으로도 섹시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었다. 반면 ‘내일은 없어’는 보다 직접적으로 남녀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섹시함을 연출한다. 리한나의 ‘We Found Love’ 뮤직비디오와 표절 시비가 붙은 자동차에서의 격렬한 스킨십이 그 예다. 트러블 메이커를 기점으로 현아는 명확한 대상에게 어필하는 섹시함을 보여줬다. ‘Trouble Maker’가 첫 만남에서 오는 긴장감을 보여줬다면, ‘내일은 없어’는 보다 직접적인 묘사를 피하지 않는다. 그 결과, 섹시함을 내세운 다른 가수들을 시시하게 만드는 만 스물한 살의 여자 아이돌이 탄생했다.


성 상품화라는 비판이 충분히 가능하다. 섹시함으로 화제를 모은 가수가 다음 곡에서 더욱 강도를 높이면서 더욱 노골적인 섹스어필만 남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내일은 없어’ 뮤직비디오 중 일부분이 ‘We Found Love’와 구도마저 똑같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그러나, 이 모든 논란에도 불구하고 현아에 대해 긍정할 수 있는 이유가 있다면, 아이러니하게도 ‘We Found Love’와 ‘내일은 없어’의 그 장면이 보여주는 차이에서 시작된다. ‘We Found Love’에서 리한나와 상대역 더들리 오쇼네시는 서로의 몸을 끌어당기고, 성관계를 위한 짙은 스킨십을 나눈다. 반면 ‘내일은 없어’에서 현아는 자신의 가슴으로 장현승을 끌어당긴다. ‘Trouble Maker’에서는 반대로 현아가 다리 사이로 뻗는 장현승의 손을 뿌리치는 안무를 선보였다. 트러블 메이커에서 상대를 유혹하고, 끌어당기는 것은 계속 현아다.

트러블 메이커에 대해 종종 현아와 장현승 사이의 ‘케미스트리’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서로의 화학 작용에 의한 섹시함이 아닌, 현아의 섹시함을 위해 장현승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어디까지 의도한 콘셉트인지는 알 수 없지만, ‘내일은 없어’의 티저 이미지에서도 현아는 장현승에게 몸을 기댄 채 속옷을 드러낸 복장으로 섹시한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장현승은 현아 대신 정면을 바라보며 무표정한 얼굴을 보여준다. 트러블 메이커에서 장현승은 현아의 섹시함을 드러내는 매개자에 가깝고, 현아는 할 수 있는 한 가장 섹시한 모습을 연출한다.

이 모든 것이 콘셉트고, 현아는 그저 상업적 성공을 위해 섹스어필을 선택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많은 걸 그룹이 섹시함을 어필하되 남녀 관계는 보여주지 않는 모순에 빠져 있을 때, 현아는 원하는 남자와 원하는 만큼 성적 욕망을 드러내는 여자를 표현한다. 심지어 그것은 남자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과도 큰 관계가 없는 것이다. 현아가 비판받는다면, ‘천박하다’거나 ‘노골적’이어서가 아닐 것이다. 다리나 엉덩이를 봐달라며 관객에게 사랑을 애원하지 않는다. 대신 무대 위에서 남자를 잡아먹을 듯한 표정으로 유혹하고, 그 남자와 연애는 물론 직접적인 스킨십까지 한다. 현아의 섹시함은 성 상품화의 한 면일 수 있지만, 동시에 걸 그룹에게 이른바 ‘만인의 연인’ 혹은 외모는 섹시하되 무대 아래에서는 연애 경험 없는 순진한 캐릭터를 요구하는 시장의 암묵적인 룰에 균열을 냈다. 현아가 어떤 목적이나 의식을 가졌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아가 여자 아이돌 중 가장 도발적인 문제를 제기하게 된 캐릭터라는 것 역시 분명하다. 현아가 싫은가? 그럴 수 있다. 하지만, 트러블 메이커라고 하지 않는가. 현아는 지금 제대로 자기 할 일을 하고 있다.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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