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리티

마일리 사이러스, 엉덩이만 보지 마세요

2013.10.31

마일리 사이러스의 혀는 지금, 전 세계 수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고 있다. 그녀는 최근 촬영된 거의 모든 사진에서 혀를 내민 채 웃고 있으며, 적지 않은 이들은 그 모습에 극도의 반감을 표현한다. 이는 마일리 사이러스가 <뉴욕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이하 < VMA >)에서 문제의 퍼포먼스를 선보인 후부터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지난 8월 25일, 길었던 머리카락을 숏컷으로 싹둑 잘라버린 그녀는 기괴한 표정으로 혀를 내밀며 무대에 등장했다. 그리고 잠시 후, 로빈 시크와 ‘Blurred Lines’를 부르며 성행위를 연상케 하는 퍼포먼스로 보는 이들을 놀라게 했다. 당연히 이날 < VMA >에서 가장 화제가 된 것은 신곡 ‘Applause’를 처음 공개한 레이디 가가도, 3년 만에 컴백한 케이티 페리도 아닌 마일리 사이러스였다. 그녀는 “< VMA > 퍼포먼스에 대한 트윗이 분당 30만 6,000건씩 생성되고 있다. 블랙아웃이나 슈퍼볼보다 많다”는 트윗을 남기며 흥분했지만, 주변의 반응은 썩 좋지 않았다. 남자친구 리암 헴스워스는 결별을 고했고, 사람들은 그녀가 이상하게 변했다며 비난했다.

사실 마일리 사이러스는 오랫동안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소녀였다. 열네 살이던 2006년부터 열아홉이 되던 2011년까지, 그녀는 디즈니 채널의 뮤지컬 시트콤 <한나 몬타나> 시리즈를 통해 친근하고 귀여운 여자아이의 이미지를 보여주었다. 인기가수 한나 몬타나가 평소에는 평범한 소녀 마일리 스튜어트로 살아가며 이중생활을 한다는 이야기는 사람들에게 판타지를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마일리 사이러스는 ‘국민 여동생’이 되었고, ‘The Best of Both Worlds’ 등 그녀가 부른 OST는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Party in The U.S.A’와 같은 마일리 사이러스의 싱글 역시 발표하는 족족 성공을 거뒀다. 작품 속의 한나 몬타나와 틴에이저 팝을 부르는 실제의 마일리 사이러스는 현실에서도 크게 구분되지 않았던 것이다. <한나 몬타나>의 TV 시리즈와 극장판의 결말은 사람들이 그녀에게 무엇을 기대하는지 확실히 보여준다. TV 시리즈에서 마일리는 스티븐 스필버그와 일할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고 친구 릴리와 함께 스탠포드 대학에 진학한다. 또한 극장판에서는 고향으로 돌아가 순수한 마음을 되찾고, 스스로를 “순둥이 마일리”라 표현하며 노래한다. 바르고 건강하며, 순진하고 친근한 아이. 사람들은 마일리 사이러스가 언제까지나 이런 소녀의 모습으로 남아주길 원했던 것이다.


그녀는 작품 속에서조차 자신의 욕망에 충실할 수 없는 소녀였고, 성장기는 <한나 몬타나>와 함께 몽땅 흘러가버렸다. 그래서 < VMA >에서의 퍼포먼스는 이제 더 이상 그렇게 살지 않겠다는 마일리 사이러스의 선언처럼 보인다. 실제로 그녀는 다큐멘터리 <마일리 사이러스: 더 무브먼트>에서 “< VMA >는 중요한 무대이기에 한 획을 긋고 싶다. 무대 하나하나가 팝계 최고 사건에 기록되어야 한다”며 “그 무대 이후 정말로 모든 게 새롭게 시작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10일 발매한 앨범 < Bangerz > 또한 마찬가지다. 마이크 윌 메이드 잇이 프로듀싱을 맡고 힙합과 R&B가 기반이 된 이 앨범에 틴에이저 팝은 더 이상 없다. ‘We Can’t Stop’에서 그녀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우리의 파티(It’s our party we can do what we want)”라 외치고, ‘Wrecking Ball’의 뮤직비디오에서는 커다란 쇠공 위에 나체로 앉아 카메라를 응시한다. 이는 자신이 “아티스트로서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된 마일리 사이러스가 스스로 만들어낸 변화라는 점에서 놀라운 일이다.

< Bangerz >는 그녀의 앨범들 중 처음으로 빌보드 앨범 차트 1위에 올랐다. ‘Wrecking Ball’의 뮤직비디오는 유튜브 채널 조회 수 2억 3천만 건 이상을 기록했다. 노이즈 마케팅의 성과라고 비난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마일리 사이러스는 신경 쓰거나 사과하지 않고 다음 발걸음에 대해서만 고민하겠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녀의 최근 행보는 단순히 ‘국민 여동생’이었던 소녀가 성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이 아니라, 개인의 삶을 온전히 자신의 의지로 움직이기 위해 발버둥 치는 분투기에 가깝다. “나는 바로 지금의 내가 되려고 태어났다. 이토록 나 자신이었던 적이 없는 것 같다”는 이야기는 비로소 인생의 키를 자신의 두 손으로 잡게 된 마일리 사이러스의 진심 어린 고백인 셈이다. 늘 함께하는 스타일리스트 때문에 열여섯 살 때까지 혼자서 옷도 입지 못했던 여자아이는 이제 아티스트로도, 한 명의 인간으로도 모든 것을 결정하고 이끌어갈 수 있게 됐다. 그녀의 혀, 그녀의 엉덩이가 아닌, 마일리 사이러스가 가리키고 있는 방향에 주목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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