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휘동│① “쉰이 되어도 스트리트 댄스를 출 거다”

2013.10.28
“내가 여자면 하휘동 씨에게 반할 겁니다.” Mnet <댄싱9> 레드윙즈 팀의 마스터인 이민우는 이렇게 말했다. 정말 그랬다. 마룬 5의 ‘Move Like Jagger’에 맞춰 인상적인 인간 줄넘기 퍼포먼스를 보여주던 그가 팀원들을 위해 눈물을 흘릴 때, 시청자들은 직감할 수 있었다. 우리는 앞으로 이 남자를 사랑하게 될 것이고, 아마도 그는 강력한 MVP 후보가 될 것이라고. 하휘동이 블루아이의 한선천처럼 언제나 높은 점수를 기록하는 조커나, 같은 팀의 이선태처럼 타고난 신체적 우위를 가진 에이스는 아니었다. 오히려 생방송 1, 2차 무대에서는 실망스러웠고, 서른다섯이라는 나이 때문에 체력적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러한 핸디캡 앞에서 힘겨워하는 섬세한 남자가 단체 미션이나 믹스 매치와 같은 가장 중요한 순간마다 화려한 테크닉으로 부활할 때, <댄싱9>은 실력 경연이 아닌 극적인 드라마가 될 수 있었다. 시청자 투표에서 압도적 표를 받으며 그가 MVP를 타던 순간은 이 드라마에 가장 어울리는 결말 중 하나였을 것이다. 지금 하휘동과의 인터뷰는 그래서 영광의 수상 소감보다는 그 수많은 굴곡에 대한 고백에 초점을 맞췄다. 말이 아닌 춤으로 올여름 가장 흥미로운 드라마를 만들어냈던 그가 이제야 직접 말로써 전달하는 이야기.

① “쉰이 되어도 스트리트 댄스를 출 거다”
② 포토갤러리


오는 11월 1, 2일에 있는 <댄싱9> 갈라쇼 준비로 바쁘겠다.
하휘동
: 그래도 생방송 때에 비하면 편하고 여유 있게 연습하고 있다. 안무를 직접 짜는 만큼 생각할 것도 많지만 나 혼자 하는 건 아니니까. <댄싱9> 할 때도 그랬지만, 다른 장르의 댄서와 무대를 만드는 게 쉽진 않아도 기분은 좋다. 전부터 이런 경험을 해보고 싶었으니까.

비보이로서 어느 정도 위치에 올라서 다른 장르를 경험하고 싶었던 걸까.
하휘동
: 현재는 내가 비보이만 하고 있지만, 2000년대 초반에는 이주노 씨가 만든 고릴라 크루라는 댄스팀에서 다양한 장르의 스트리트 댄서들과 같이 활동했었다. 그러다 비보잉에만 집중했는데, 그러다 보니 여러 장르를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다시 들더라. <댄싱9>은 스트리트 댄스뿐 아니라 현대무용을 비롯해 다양한 장르가 혼합된 서바이벌이란 점에서 매료됐다. 2007년 즈음 케이블 채널에서 해주는 <유 캔 댄스>를 보며 굉장히 나가고 싶었었는데, 드디어 한국에도 그런 게 생기게 된 거다.

본인에겐 너무 늦게 생긴 거 아닌가.
하휘동
: 늦게 생긴 거지, 나에게는. (웃음) 시즌 1이라 시스템이 정착하지 않았을까 봐 걱정한 부분도 있다. 하지만 내년에 나가면 더 힘들 것 같아서 나가게 된 거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좋게 됐으니 지금 생긴 게 베스트겠지.

원했던 것들은 많이 충족이 됐나.
하휘동
: 완벽하게 충족된 건 아니다. 내가 하고 싶은 파트너랑 하는 게 아니라 그때그때 미션에 따라 파트너를 정해야 하니까. 하지만 이 프로그램을 계기로 새로운 동료들을 만났기 때문에 앞으로 충족할 수 있지 않을까. 좋은 자극을 많이 받고 있다. (김)명규가 발레의 점프 동작을 보여주면 어떻게 저렇게 뛰지 싶고, 현대무용의 감정 표현도 인상적이다. 댄스스포츠는 굉장히 빠르고 활력 있고. 각기 다른 매력이 있다.

그럼에도 방송에서 말한 것처럼 댄스스포츠는 여전히 두렵고?
하휘동
: 보는 건 좋지만 하는 건 두렵다. 다른 댄스 장르 중에 댄스스포츠는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으면 안 배운 티가 많이 나는 것 같다. 박자도 반씩 쪼개 두 배 빠르다. 그걸 다 스텝으로 맞춰야 하는데 머리가 좋지 않으면 하기 어려울 것 같다. 그래서 생방송 무대에서 (이)선태, (남)진현이와 파소도블레를 할 때도 나는 그 안에서 비보잉을 했다. 잔머리를 굴렸던 거지.

다양한 장르의 춤을 접하는 것도 좋지만, 그 안에서 비보이를 대표해 지지 않겠다는 마음도 있었을 것 같다.
하휘동
: 그런 마음이 있긴 했지만 좋은 쇼를 만들기 위해서는 내가 부각되어야 할 부분에서는 부각되고 양보해야 할 부분에서는 양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조절이 필요했다. 굳이 튀고 싶진 않았지만 전체 안무에서 화려한 부분이 필요할 때는 비보잉 테크닉을 보여줘야 했다. 가령 전지훈련에서 보여준 인간 줄넘기는 전부터 외국 대회 나갔을 때 하던 건데, 나름 필살기 중 하나였다. 솔직히 말하면 이걸 LA 원정에서 쓸까 생방송에서 쓸까 고민했다. 그런데 처음에 잘해야 그렇게 이미지가 박혀서 이 친구는 원래 잘하는 친구라고 인식할 것 같았다. 그래서 전지훈련에서 보여준 거다. 첫인상이 중요하지 않나.

혹 다른 필살기들도 다 보여줬나.
하휘동
: 단체 무대였던 ‘미치GO’ 때 많이 했지. 그 외의 필살기들은 갈라쇼에 오면 볼 수 있을 거다. 다만 걱정되는 게, 예전에 비보이 배틀에서 썼던 아이템들을 유튜브를 통해 많이들 보셨더라. 너무 기술이 노출돼서 뭔가 벌거벗은 기분이다. 그래서 지금은 새로운 걸 생각하고 있다. 댄서는 원래 새로운 걸 계속 만들어야 하는 창조적인 직업이니까. 그런 면에서 기술이 노출되는 건 좋은 거 같기도 하다. 안 그러면 발전이 없을 테니까.

실례되는 질문일 수도 있는데, 예전 영상에서 볼 수 있는 기술들은 지금도 다 쓸 수 있나.
하휘동
: 거의 다 할 수 있다. 2000년대 초반에 하던 건 잘 못 할 거 같지만. 근력을 이용한 테크닉은 예전이 더 나았겠지만 지금은 그에 비해 전체적인 춤으로서의 느낌을 잘 살리는 것 같다. 서서 하는 스텝이나 다른 스트리트 장르도 더 많이 할 수 있고. 대신 내가 리더로 있는 비보이팀 공연을 할 땐 좀 많이 쉬지. (웃음) 루틴(서너 명이 함께 짜는 짧은 퍼포먼스)은 너희가 하고 나는 개인기 할게, 이런 식으로. 사실 <댄싱9>에서도 생방송 3차 때부터는 체력적으로 좀 힘들었다. 그게 방송에서도 보인 것 같아서 팀원들과 시청자분들에게도 미안하고. 그래서 우현영 마스터님이 안무를 짜는 마스터 매치를 할 땐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그런 체력적 어려움을 비롯해, <댄싱9> 중 본인에게 가장 ‘멘붕’을 선사한 건 무엇 같나.
하휘동
: 전지훈련 마지막 날이 제일 힘들었다. 미션 때문에 밤새고 그런 건 괜찮은데, 같이 열심히 했던 멤버들이 찢어지고 따로 올라가는 게 힘들었다. 이 무대를 잘 만들면 다 같이 올라가는 줄 알고 열심히 한 거였으니까. 재방송으로 보니 나뿐 아니라 다들 심적으로 힘들었던 것 같다.

같은 이유로 생방송에서 동료가 떨어지면 많이 속상했을 것 같다.
하휘동
: 굉장히 속상했지. 특히 첫 생방송 때는 팀원들에게 정말 미안했다. ‘Rising Sun’ 무대에서 내가 실수를 해서 점수가 잘 안 나왔다. 당시에는 순간 아무 생각이 안 났다. 진현이랑 눈을 마주쳤는데 그냥 ‘어어…’ 이러다가 안무를 놓친 거지. 단 위에서 진현이는 텀블링하고 나는 그냥 뛰어내린 것도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원래는 둘 다 그냥 뛰어내리는 거였다. 그런데 진현이가 텀블링을 하고 싶다고 해서 진현이만 시키고 나는 안 했는데 그게 보기에 어설퍼 보였던 것 같다. 물론 그 이후가 더 문제였지만.

대신 단체 무대인 ‘미치GO’에서의 움직임은 아주 좋았다.
하휘동
: 나는 단체 무대에서 역전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우리 무대가 좋은 만큼 블루아이도 단체 안무를 잘 짰더라. 사실 사전 미션 대결에서 생긴 9점 차이가 컸지. 우리가 사전 미션에서 약한 모습을 많이 보여줬다. 다섯 번 해서 세 번 지고 두 번 이기지 않았나.

실제로 사전 미션에 약한 것 같나 아니면 점수에 아쉬움이 있나.
하휘동
: 보는 사람마다 각자 생각은 다른 거니까. 다만 축구장에서 시축하는 미션은 확실히 우리가 졌다. 시축으로 골을 넣고 세리머니를 하는 퍼포먼스인데 선태가 골을 못 넣었으니까. 춤을 추면서도 뭐가 좋다고 춤을 추는 거지 싶고. 그리고 우리가 레드지만 홈팀인 FC 서울이 빨간색 들어간 유니폼을 입었으니 빨간 옷은 입지 말라고 하더라. 그러면 파란색을 입고 나오는 블루가 불리하니까. 그래서 흰 티셔츠에 검은 바지를 입었는데 하필 원정팀이 흰 티셔츠에 검은 바지를 입은 거다. 우리는 완전히 그곳에서 적이 됐지.

사실 개개인으로만 따지면 레드윙즈가 블루아이보다 앞선다는 평가가 많았는데.
하휘동
: 9명일 때는 굉장히 좋았지. (이)루다의 경우 웬만한 장르는 시키면 거의 다 소화하고, (김)홍인이도 누굴 만나 어떤 장르를 해도 흡수가 빠르다. 내가 이런저런 비보잉을 시켜도 불평 한마디 없고. 좋은 멤버들인데, 3차에서 (여)은지가 탈락하고 레드에서 스트리트 댄스가 나밖에 남지 않으면서 약간 ‘멘붕’이 왔다. 블루는 스트리트가 강한데, 우리는 현대무용이 강세였지. 균형이 깨지는 문제도 있지만 그냥 스트리트 댄서 입장에서 같은 분야 사람이 없는 게 아쉽더라.

그래서인지 같은 비보이인 블루아이 홍성식과의 믹스 매치에선 어느 때보다 날아다니더라.
하휘동
: 그 미션은 정말 편하게 연습했다. 같은 장르로 안무를 짜니 같이 할 수 있는 것도 많고, 뭘 해도 다 맞으니까. (홍)성식이는 스트리트 댄스 안에서 다른 장르 춤을 잘 춰서 그런 것도 나랑 잘 맞았다. 아이디어도 금방 나왔다. 생방송 바로 다음날인 일요일에 회의를 했는데 성식이가 노인 분장 아이디어를 냈고, 내가 스쿠터를 타고 등장해 헬멧을 벗는 퍼포먼스를 제안했다. 음악도 다프트 펑크가 좋을 것 같아서 헬멧도 그들처럼 준비했고. 할아버지 두 명 대신 내가 할머니를 한 것도 내 아이디어다. 그런데 보기 거북했다는 분들도 계시더라.


비보이를 비롯해 스트리트 댄스에 대한 애정이 강한데, <댄싱9> MVP로서 붐을 일으키고 싶지 않나.
하휘동
: 좋은 쪽으로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지. 우선 내게 관심을 보여주셔도 고맙고. 얼마 전 모 소셜펀딩 업체에서 하는 비보이 배틀 행사 참여를 요청받았는데, 최대한 하려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미 잡힌 일정이 하나 있어서 그쪽이랑 조율되면 가능할 거다. 그런 것들을 통해 사람들이 스트리트 댄스 씬 전체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 좋겠다. 그러면 비보이 외에도 스트리트 댄스의 다른 장르가 가진 매력을 느끼게 될 거다. 더 넓게는 춤 전체를 좋아하게 되면 좋을 거고. 요즘 <댄싱9> 출연자들을 보며 사람들이 춤에 관심을 가지고 그들이 출연하는 공연뿐 아니라 다른 춤 공연도 찾아가는 것 같더라. 그런 걸 보면 <댄싱9>에 나온 우리끼리만 좋은 게 아니라 나름 각자의 장르 씬에 도움을 주고 있구나 싶어서 뿌듯하다.

그만큼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다.
하휘동
: 여태까지 받은 대중적 관심과 사랑의 10년 치를 한 번에 받은 것 같다. 정말 고맙다. 춤이라는 게 혼자 즐기려 추는 건 아니지 않나. 적어도 나는 그렇다. 나 혼자 좋아서 시작한 건 아니었다. 내가 춤추는 모습을 봐주는 게 즐겁다. 많은 이들에게 내 춤으로 즐거움이나 감동을 공유할 수 있다면 내게도 좋고 보는 이들에게도 좋을 것 같다. 그때마다 춤추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무대에서 내가 원하는 그림을 만들고 그걸 관객이 공감하고 느껴줄 때 정말 뿌듯하다. 그래서 무대에 설 때 가장 좋다.

지금 서른다섯인데, 마흔, 쉰이 되어도 그럴까.
하휘동
: 춤은 계속 출 거다. 테크닉이나 비보잉을 못하게 되더라도 스트리트 댄스 내에서 출 수 있는 건 많으니까. 쉰이 되어도 그 나이에 맞는 스타일로 스트리트 댄스를 출 거다. 이게 내가 제일 잘하는 거고 그걸 놓기는 싫다.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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