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해설의 흑역사, 허정무 전 감독

2013.10.14

“아, 브라질 선수들 모두 일이 제대로 안 풀리니까 당황했어요. 어쩔 줄을 모르고 있죠.” 이는 지난 12일 열린 한국 대 브라질 대표팀 친선 경기에서의 해설위원 허정무가 한 해설의 일부분이다. 하지만 정작 ‘멘붕’에 빠진 건 거친 해설을 해버린 본인과 그걸 지켜보는 시청자였을 것이다. 당시 브라질의 네이마르에게 거친 파울을 계속 하며 힘겹게 경기를 하고 있던 건 한국 팀이었기 때문이다.

부족한 팩트와 약한 분석 대신 감정이 두드러지는 허 전 감독의 해설은 이미 유명하다. 위치에 상관없이 한국 선수가 골을 잡으면 일단 “슛!”을 외치는 해설은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됐고, 지난 8월 한국 대 페루의 친선 경기에서는 골을 놓친 선수에게 “바보 같은 플레이”란 격앙된 표현까지 남겼다. 12일 브라질 전도 이 ‘흑역사’를 이을 경기로 기록될 것이다. 좋은 수비가 나오면 함께 해설을 하는 송종국이 “피구 선수를 막던” 과거에 대한 이야기로 빠지는 것은 부지기수였다. 경기 분석 또한 피상적이거나 원론적인 수준에 그쳤다. “우리가 세트 피스를 하면 무서운 무기로 활용하고, 수비를 할 땐 실점을 허용하지 않아야 해요”와 같은 멘트가 그 예다.

특히 이 날은 한국의 거친 플레이가 논란이 됐기에 부족한 해설이 더더욱 아쉬웠다. 전반전 잦은 파울로 양 팀 선수들이 예민해진 상황에서 주심이 옐로우 카드를 꺼냈지만, 한국이 잘하고 있다는 해설이 방송됐다. 이후 기성용의 경고 자막이 나가고 나서야 “앞으로는 조심해야 한다”는 해설로 마무리됐다. 시청자로서는 한국의 플레이가 강팀에 맞설 전술의 하나로서 이해될 수 있는지, 아니면 스포츠 정신과는 거리가 먼 수준이었는지 판단하기 어려운 해설이었다. 한국 축구와 후배들에 대한 허 전 감독의 애정을 의심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해설은 응원이 아니며 누구나 보는 것을 전달하는 것도 아니다. 한국 대표팀이 브라질을 이겼던 당시의 대표팀 감독이었던 허 전 감독의 영광만큼, 시청자들에게 좀 더 풍부하고 냉철한 해설을 제공해야 하지 않을까. 음소거로 경기를 보는 게 낫다는 우스갯소리를 또 들을 순 없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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