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범준, 그놈 목소리

2013.10.07
버스커버스커는 독특하다. 그들이 지난달 25일 자정에 2집 앨범을 발표하자 음원 회사들이 합의하에 음원 공개 시각을 정오로 바꾼 상황을 두고, 원칙을 무시한 특혜라는 주장이 일어났다. 하지만 그들의 앨범은 이런 주장이 무색할 만큼 며칠 동안 음원 사이트 차트 1~9위를 차지했다. 또한 음악성이 떨어진다는 논란이 일자 장기하와 얼굴들 등을 제작한 인디음악 제작자 곰사장은 SNS에서 “버스커 같은 노래가 인디에 많다고? 장범준 같은 수준의 싱어송라이터 있으면 소개해주세요”라고 반박했다. 멤버인 김형태와 브래드는 SNS와 인터뷰 등에서 한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들의 음악은 한국에서 범대중적인 인기를 얻지만, 동시에 그들은 끊임없는 논란과 호불호가 갈리는 위치에 있기도 하다. 그리고, 버스커버스커의 핵인 장범준의 목소리에 대한 반응은 이 밴드에 대한 입장을 알 수 있는 어떤 기준이 되곤 한다. 그의 보컬은 버스커버스커 그 자체인 동시에, 가창력 부족이라는 지적의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아이즈>가 노영주 헤드보컬코치와 이비인후과 김형태 원장 등의 조언을 기초로 그의 목소리를 분석했다. 장범준의 목소리에 대한 평가와 분석이 ‘왜 지금 버스커버스커인가’에 대한 한 가지 단서가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발성: 고음이 아니다. 고음처럼 들리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장범준은 가성이 섞인 비강 공명 발성법을 통해 특유의 얇은 목소리를 낸다. 그것은 마치 고음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콧소리를 섞은 울림을 유발시키면서 고음처럼 들리게 만드는 것이다. 이 비강 공명 발성법은 복식 호흡을 잘하는 사람에게 유리하다. 장범준은 노래를 부를 때 흉식 호흡과 복식 호흡을 모두 활용해 발성을 한다. ‘벚꽃 엔딩’의 후반부에서 장범준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지만, 동시에 여전히 여리고 수줍은 듯 여자에게 다가서는 남자의 감정이 드러나는 것은 이런 독특한 발성을 기반으로 한다.

성대: 서로 만나길 좋아하는 성대
성대가 길고 두꺼우면 낮은음을 내고, 짧고 얇으면 높은음을 낸다. 사람이 가지는 성대의 모양이 다를 뿐, 장범준의 성대가 특별한 무엇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다만 대부분의 가수들은 중저음의 소리를 여리게 내는 데 반해, 장범준은 낮은음을 낼 때도 성대를 정확히 접촉해 소리를 세게 낸다. 성대를 접촉하며 소리를 내는 것은 말할 때의 특징이기도 하다. 그만큼 장범준이 노래하는 방식은 말하듯이 들리게 하는 데 최적화돼 있는 셈이다.

발음: 복화술을 하듯 거의 움직이지 않는 입술
장범준은 노래를 할 때 입술을 많이 움직이지 않는다. 얼핏 이상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의 소극적인 ‘입술 활용법’은 과장되지 않은 발음을 만들어내고, 이를 통해 가사의 뉘앙스를 자연스럽게 전달할 수 있다. 말하듯 노래 부르기 위해 성대를 활용한다면, 입술은 가사가 담은 음계 이전에 가사에 담긴 어감을 더 정확히 전달하기에 좋은 것이다. 그만큼 장범준의 목소리는 가사를 보다 호소력 있게, 가사의 정서를 와 닿게 부르는 힘이 있다. 말하듯이 노래하는 가수들에는 김광석과 성시경도 있다. 그런데 김광석은 강한 표현이 필요할 때 발음을 세게 해서 노래의 면이 거칠고, 성시경은 장범준처럼 비음을 많이 사용하지만 목소리의 톤이 장범준보다 부드러워 발음보다는 톤에서 느낄 수 있는 편안함이 있다. ‘벚꽃 엔딩’ 같은 노래를 들을 때 그림이 펼쳐지듯 분명한 이미지가 떠오르는 것에는 장범준의 독특한 가사 전달이 큰 몫을 차지한다.

기교: 기교 없는 일상의 음색
장범준의 목소리는 음역대의 폭이 좁고, 기교가 화려하지도 않으며, 때로는 귀에 거슬릴 수 있을 만큼 가성이 많다. 기술적인 면에서는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는 목소리를 내는 모든 과정을 통해 가사에 담긴 정서를 전달하는 데 집중하고, 이를 통해 대중에게 강한 공감대를 형성한다. 그의 노래에 기교가 거의 담기지 않은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아무리 가창력이 뛰어난 가수일지라도 자신의 목소리가 가진 한계에서 벗어난 음을 내면 후두가 긴장하고 호흡이 거칠어진다. 장범준은 기교를 쓰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로 소화할 수 있는 노래를 만들고, 부른다. 그만큼 일상에서 편하게 쓰는 음색을 사용하는 것이다. 또한 말할 때와 노래할 때의 목소리가 거의 같다는 점은 장범준의 가사 전달력을 극대화시킨다. 단지 기교 없는 목소리라면 심심한 목소리일 뿐이다. 하지만 장범준의 목소리는 오히려 자신의 노래가 가진 느낌을 전달하기 위한 명확한 선택과 집중에 가깝다.

종합 평가: 장범준이라는 싱어송라이터의 악기
싱어송라이터들은 보컬로써 자신의 장·단점을 명확하게 인지하는 경우가 많다. 장범준 역시 발성법, 입술의 사용, 성대의 활용, 노래 속 어투까지 작위적이지 않되 최적화된 기술을 구사하며 자신만의 노래를 부른다. 그의 가창력과 싱어송라이팅 능력은 어느 한쪽이 좋고 나쁘기보다는, 그 두 가지가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로 이어져 있는 것이다. 장범준이 만든 곡과 가사는 장범준의 목소리로 불러야 그 뉘앙스를 놓치지 않을 수 있고, 장범준의 목소리는 그의 곡이 아니면 활용될 수 있는 폭이 매우 줄어들 것이다. 노영주 헤드보컬코치는 장범준의 목소리가 트레이닝으로 만들어질 수 없다고 했다. 그의 목소리가 유일무이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소화할 수 있는 범위에서 작곡을 하고, 자신이 이해하는 가사를 쓰기 때문이라는 의미다. 그의 보컬과 곡에 대해 호불호가 갈리는 것이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완성도에 대해 평가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만큼이나 장범준이 모든 것에서 자신이 원하는 음악을 명확하게 구현하고 있는 것도 분명하다. 작곡부터 노래의 발음 하나까지 한 사람이 집중력 있게 펼쳐놓은, 그만큼 섬세하고 구체적인 서정의 세계. 버스커버스커의 세계는 그런 것이 아닐까.

취재 협조. ‘파워보컬’ 노영주 헤드보컬코치, 예송이비인후과의원 김형태 원장│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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