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붕의 신세계, KIA의 선동렬 감독

2013.09.30


한때 한국 호랑이는 야구계 호랑이들의 자존심이었다. 미국의 디트로이트, 일본의 한신이 신음하는 동안 한국의 해태 타이거즈는 한국시리즈 9회 우승의 금자탑을 쌓아올렸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83세의 노구단주 마이크 일리치는 죽기 전 우승 한 번 해보겠다고 대대적인 투자를 감행, 디트로이트를 최강팀 중 하나로 변모시켰다. 한신도 2003년과 2005년 리그 우승을 달성했고, 올해도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짓고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KIA 타이거즈(이하 KIA)는 2005년과 2008년 최하위의 굴욕을 겪었다. 그리고, 올시즌 1위부터 8위까지 9위를 제외한 모든 순위를, 그것도 내림차순으로 차지하는 신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5월 초까지만 KIA는 페넌트레이스 1위를 달리고 있었지만 성지가 되어버린 기사, 일명 ‘타어강(타이거즈는 어떻게 다시 강팀이 되었나)’이 등장한 5월 3일 이후 바닥이 보이지 않는 낙하를 시작한다. 5월 9일 2위, 5월 18일 3위, 5월 25일 4위, 6월 2일 5위… 그리고 6월 6일 요한묵시록의 예언처럼 6위를 찍은 후 8월 13일 7위를 거쳐 KIA는 마침내 신생팀 NC에게마저 추월을 허용하고 8위로 내려앉고 만다.

KIA의 드라마틱한 몰락의 중심에 있는 것은 선동열 감독이다. 그에게서는 ‘내가 해봐서 아는데’의 낯익은 향기가 느껴진다. 그는 미국과 일본 양국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고, 투수진 운용에 관해서는 독보적이었다. 하지만 세계는, 그리고 야구는 변하고 있다. 그에게 은퇴 순간까지 러브콜을 보냈던 보스턴은 ‘밤비노의 저주’를 풀었고, 오 사다하루의 55홈런 기록을 신주단지 모시듯 하던 일본에서도 마침내 홈런 신기록이 새로 쓰여지고 있다. 그리고 여기, 풍부한 선발진을 데리고 어울리지 않는 불펜 야구를 추구하는 선 감독만이 화려한 기억에 젖어 오늘의 현실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원빈이 말했다. 내일만 보고 사는 놈은 오늘만 사는 놈에게 죽는다고. 여전히 내년의 외국인 투수를, 마무리 요원을, FA를 이야기하는 선동열 감독에게 전하고 싶다. 아직도 시즌은 끝나지 않았다고. 오늘 최선을 다하지 않는 팀에게 내일은 없다는 것을.

이민호
MBC 스포츠 PD. 주요 연출작 <야구夜!>, <야구 읽어주는 남자>. “소시민은 도전하는 자를 비웃는다”는 노모 히데오의 말은 한계투구수를 잊게 하는 인생의 에너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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