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의 징크스, 넥센의 이택근

2013.09.23

아마도 양 팀의 선수들이 보름달을 보며 똑같은 소원을 빌었을 한가위의 빅매치. 4연승의 1위 삼성과 6연승을 달리던 3위 넥센의 승차는 단 1.5게임이었다. 그리고 넥센이 5:4로 앞서던 운명의 6회 초 2사 1,2루. 박한이는 중전안타를 날렸고 타구를 잡으려던 중견수 이택근은 통한의 알까기 실책을 범하며 그대로 그라운드에 주저앉고 만다. 결과는 박한이에게 ‘인사이드 파크 호텔’을 선물한 역전 3타점 에러. 이택근도 멘붕, 나이트도 멘붕, 염경엽 감독과 팬들도 멘탈이 붕괴되는 순간이었다. 게다가 이택근의 이날 실책은 여러모로 지난 6월 9일과의 불길한 평행이론을 떠올리게 했다. 팀 역사상 최다인 5개의 실책을 쏟아내며 기아에 4:6으로 패배했던 6월 9일, 당시에도 투수는 나이트, 중견수는 이택근이었고 문제의 발단은 바로 6회 초 이택근의 포구 실책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날은 넥센이 2013시즌 마지막으로 1위를 기록한 날이기도 했다.

올해 이택근은 5개의 에러를 기록했는데 모두 송구가 아닌 포구 실책, 이른바 ‘알까기성 실책’이라는 점은 큰 경기에서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책을 할 때마다 어김없이 2점 이상의 대량실점으로 연결되는 것도 찜찜한 징크스. 팀 성적도 1승 4패, 특히 홈에서 저지른 4개의 실책이 4전 전패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더 아프다. 싫든 좋든 넥센의 얼굴일 수밖에 없는 ‘50억의 사나이’ 이택근. 그도 알고 있다. 그의 뒤엔 아무도 서있지 않고 그는 그렇게 쉽게 주저앉아선 안 될 존재라는 것을. 그나마 다행인 것은 다음날인 일요일 롯데 전에서 9회말 혼신의 주루 플레이로 결승득점을 올리며 빠르게 면피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그는 자신의 멘붕을 스스로 힐링한 셈이다. 그러니 아래의 표를 남긴다. 멘붕을 딛고 일어선 그의 정신력을 기리기 위해, 또는 다시는 이런 일이 없길 바라며 말이다.


 
이민호
MBC 스포츠 PD. 주요 연출작 <야구夜!>, <야구 읽어주는 남자>. “소시민은 도전하는 자를 비웃는다”는 노모 히데오의 말은 한계투구수를 잊게 하는 인생의 에너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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