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MHz>, 그들도 우리를 보고 있다

2013.08.29

<0.0MHz>│작가: 장작│매주 토요일 미디어다음 연재

과연 공포는 앎을 통해 극복될 수 있는 걸까. 다음에 연재 중인 공포 만화 <0.0MHz>를 보며 드는 생각이다. 주인공 상엽을 비롯해 심령 연구 카페 0.0MHz의 멤버들은, 오컬트 마니아 조한석만 제외하면 잦은 심령 현상을 체험하는 인물들이다. 심지어 할머니 귀신의 비호를 받는 소희는 귀신을 볼 수 있는 능력자다. 요컨대 그들은 귀신이라는 미지의 존재에 대해 일반보다 한발 앞서 있다. 그리고 심령 현상을 뇌파의 문제로 가정하면서 연구는 급물살을 타고 미지의 영역은 좀 더 가시권에 들어온다. 귀신에 대한 시달림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모였던 그들이 과학적 접근을 모토로 내걸었던 건 당연한 일이다. 언제나 과학은 미지의 어둠에 가려져 무서웠던 것들에 이성의 빛을 비춰주었다. 번개가 전기 현상으로, 광기가 심리적 병으로 설명될 때 그것들은 더는 공포의 대상이 아니다. 작품 속에서 인용되는 에디슨의 유령 탐지기는 오컬트의 영역 역시 과학으로 설명하고 정복할 수 있다는 믿음과 다를 바 없다. 문제는 그렇게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풍경이 악몽이라는 것이다.

심령 연구를 벽에 구멍을 뚫어 넓히는 것에 비유하며 ‘넓혀진 구멍은 다시 메워지지 않는 것 같다. 구멍을 통해 그들을 들여다보려 할 때 그것은 이미 구멍 밖으로 나와 우리를 보고 있다’고 말한 프롤로그는 <0.0MHz>를 관통하는 테마다. 비록 한석이 원귀의 존재를 숨기긴 했지만, 0.0MHz의 멤버들이 MT 장소로 흉가를 선택한 건 그곳에서의 심령 체험을 통해 뇌파에 대한 자신들의 이론이 좀 더 명확해지고 귀신의 존재를 설명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엽의 독백대로 그들은 “구멍을 넓혀가기 시작”한 것이며, 흉가에서 만난 귀신은 윤정을 해코지한 것에 그치지 않고 한석과 태수를 교통사고로 몰아 죽인다. 다시 말해 귀신의 영역을 정복하려 한 시도는 그저 무위에 그친 게 아니라 역으로 귀신이 이성의 세계로 틈입할 빌미를 준다.


깜짝깜짝 놀래는 수준을 넘어 <0.0MHz>가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 공포감을 주는 건 이 지점이다. 물론 목 위 얼굴만 남은 채 긴 머리카락을 발처럼 디디며 움직이는 귀신의 비주얼이나 소희의 겁에 질린 표정으로 원귀의 존재와 위치를 가늠하게 하고 두려움에 이입하게 하는 연출 등 <0.0MHz>는 공포물이 갖춰야 할 거의 모든 미덕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0.0MHz>이 정말 잘 만든 공포물인 건, 작품을 보지 않을 때도 일상의 어딘가에 금이 간 것 같은 찜찜함을 주기 때문이다. 만화 속 무서운 장면이 종종 떠오른다는 뜻이 아니다. 귀신을 감지하는 특정 뇌파가 있다는 상엽의 가설이나 수맥 위에서 귀신의 의식이 사람에게 간섭할 수 있다는 기철의 가설은 귀신이란 존재를 좀 더 가까이 끌어들이지만, 정작 그것을 통제하려 할 때 “여기서부터는 우리가 모르는 영역”(태수)이라는 것을 절감해야 한다. 차라리 아예 미지의 영역에 있을 때는 일상과 완전히 분리할 수 있다. 하지만 앎의 영역에 들어오되 통제할 수 없다면 외면할 수도 극복할 수도 없다. 과연 이보다 두려운 것이 있을까.

시즌 2의 새 등장인물인 기철이 구상하는 영혼 차단기가 이 작품의 중요한 변곡점이 되리라 예상하게 되는 건 그래서다. 전파를 차단하듯 귀신의 의식 역시 막아버리는 영혼 차단기는 에디슨의 유령 탐지기보다 더 명확하게 오컬트에 대한 과학의 통제를 상징한다. 하지만 연구를 위해 상엽에게 접근하는 그의 모습은 촛불을 향하는 나방의 모습으로 은유되고, 그를 돕는 친구의 영혼은 원귀의 낌새를 느끼고 “이거 그만하자”고 말한다. 다시 말해 영혼 차단기는 벽의 구멍을 메우는 시도가 될 수도 있지만 0.0MHz 멤버들이 그러했듯 그 과정에서 오히려 구멍을 넓힐 수도 있다. 이것은 독자가 안도와 더 큰 공포의 갈림길에 서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과연 작가는 어느 길을 택할까. 그 선택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식은땀이 흐르는 그런 작품을 우리는 만나고 있다.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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