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 “지금 이 순간, 즐겁게 하고 있으니 이대로 쭉 갔으면 좋겠다”

2013.08.19
땀을 식힐 새도 없이 미니 농구공을 가지고 노느라 정신이 없다. 촬영용으로 준비해둔 햄버거를 보자마자 환호성을 지르며 먹기 시작한다. 2011년 결성해 지난 6월 첫 EP 앨범 <청춘>을 발표한 ‘청년들’은 딱 그들의 진짜 모습 같은 음악을 하는 밴드다. 경쾌한 기타 리프 위에는 여름날 들른 바닷가에 더 놀다 가고 싶은 아쉬움이나 길을 걷다 마주친 여자에 대한 감정이 새겨져 있고, 지나친 허무나 반항, 야망, 소소함 그 어느 카테고리에도 속하지 않은 음악은 익숙해서 더욱 마음을 끌어당긴다. 기타와 보컬을 맡은 조지웅과 이승규, 베이스를 치는 오민혁과 드러머 김해마 등 다 함께 20대를 통과하고 있는 네 명의 청년들은 옛날 하이틴 영화 속에 있었을 법한 청춘 록 스타와 꼭 닮아 있었다. 머지않은 미래에 어떤 페스티벌 무대에서 마주치더라도 어색하지 않을 것 같은, 그런 얼굴들이었다.
조지웅, 김해마, 오민혁, 이승규. (왼쪽부터)

EBS <스페이스 공감> 8월 ‘헬로루키’에 뽑혀서 받은 상금으로 다 같이 여행을 갈 예정이라고 들었다. 목적지는 정했나.
김해마
: 강원도 삼척에 있는 바닷가로 가려고 한다. 여행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는데, 내가 “형이 추천한 데가 여기야”라고 말하면서 사진을 보여줬더니 정리가 됐다.
조지웅: 사람이 많이 없는 곳, 우리끼리 쉴 수 있으면서 깨끗한 곳을 원했는데 딱 그런 곳이었다. 물이 에메랄드색이고, 투명해서 속이 다 비치더라.
이승규: 카리브 해 같아.

첫 EP 앨범 <청춘>으로 거둔 성과인데, 앨범은 텀블벅 모금을 통해서 제작했다. 기간 내에 목표 금액을 못 모으게 되면 어쩔 생각이었나.
이승규
: 우리 돈을 꼴아박으려고 했다.
조지웅: 300만 원을 목표로 했을 땐 좀 불안했는데, 200만 원으로 낮춘 후엔 어떻게든 가능할 것 같았다. 실패할 거란 생각은 안 했다. 결국 간당간당하게 딱 목표 금액을 채웠지.
오민혁: 정확하게 108% 달성했다.

다른 사람들의 도움으로 앨범 제작비를 충당하는 거라 책임감이 좀 더 컸겠다.
김해마
: 책임감 때문에 앨범을 잘 만들어야 하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 그냥, 우리 이름을 걸고 처음으로 사람들한테 보여주는 거니까 진짜 잘 만들고 싶었다. 평생 사는 동안 앨범을 낼 기회가 많이 오는 게 아니기도 하고. 처음 목표는 오아시스의 < Definitely Maybe >나 비틀즈의 <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 > 같은 명반을 만들자는 거였다. 나온 결과는 거기에 한참 못 미치지만. (웃음)
이승규: 후원해주신 분들에게는 고마움의 표시를 더 잘하고 싶었던 거다. 고맙다고 한 줄짜리 편지를 쓰는 게 아니라 더 길게 쓰고 싶은 마음이랄까.
조지웅: EP 만들 때 후원해주신 분들, 잘 선택하신 거다. 나중에 1집이 나오고 그게 명반이 되면 EP를 구하려는 사람이 많아지지 않겠나. 그런데 거기에 후원자분들의 이름이 쓰여 있으니 다른 사람들이 부러워할 거다. (웃음)

이미 클럽에서 데모 앨범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EP를 따로 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뭔가.
김해마
: 원래 데모가 아니라 싱글 앨범을 내려고 했다. 그런데 우리가 스튜디오에서 제대로 녹음하는 게 처음이다 보니 결과물의 퀄리티가 너무 안 좋았던 거다. 급하게 데모로 방향을 틀었던 거라, 제대로 된 앨범을 내고 싶다는 마음이 항상 있었다. 우리가 가진 곡이 300개 정도 된다. 물론 다듬어지지 않은 것들도 많지. (웃음)
이승규: 한 곡당 10초짜리도 있다.

어떠한 앨범을 만들겠다는 콘셉트는 정확하게 있었나.
이승규
: 구체적으로는 정하지 않았다. 그냥 들었을 때 신나고 들썩거리는 느낌이 있어야 되겠다는 말은 다들 했다.
김해마: 기교나 복잡한 사운드가 들어가는 것보다, 원초적이면서 라이브에 가까운 사운드를 구현하려고 했다. 솔직히 우리가 표현할 수 있는 게 그 정도니까.
이승규: 기교를 부리는 법도 모르고, 부리고 싶지도 않았던 것 같다.

앨범을 들어보면 수록곡 전체에서 그런 느낌이 묻어난다. ‘108’이나 ‘해마를 보았다’를 비롯해 모두 멜로디는 경쾌하면서 밝고, 가사는 내러티브가 뚜렷하다기보다 순간의 감정에 집중한 듯한 인상이다. 멤버들의 작업 스타일과도 연관이 있을 것 같은데.
조지웅
: 나는 외로움이나 쓸쓸함을 많이 타는 사람이다. 그래서 곡을 쓸 땐 신나는 걸 만듦으로써 나 스스로 그 분위기를 받고 싶은 게 있다. 우울함을 타파할 수 있는 노래랄까. 대부분 마이너 코드보다는 메이저 코드로 시작하는 편이기도 하다.
이승규: 확실히 가사가 시적이지는 않다. 내 경우엔 오래 고민해서 쓴 가사가 없기도 하고. 대부분 한 소절 불러보고 그 뒤에 문장을 이어서 곧바로 쓴 게 많다. 아, ‘조용한 노래’는 예외다. 자취할 때 과제 하다가 적적해서 만들어본 노랜데 가사 쓸 때 생각을 좀 했다.
김해마: 우리가 그렇다. 가사에 깊은 뜻이 있는 것도, 기승전결이 확실히 있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노래를 만들 때 어떤 방향을 잡아놓고 추진해나가는 것도 아니다. 그냥 순간순간 곡을 만들고, 이 순간에는 이런 게 어울릴 것 같은데, 하는 식으로 쓰는 거다.

그렇다면 곡을 다듬어가는 과정의 중요성이 더 크겠다.
조지웅
: 보통 한 명이 노래의 뼈대 정도를 가지고 오는데, 그 뼈가 굉장히 작다. 완벽하게 하나의 노래를 써서 오는 사람이 없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거의 공동 작곡·작사라고 할 만큼 멤버들 모두의 역할이 중요하다. 다행히 우리는 서로 배려를 많이 하는 팀인 것 같다. 밴드를 하다 보면 다른 멤버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자기가 만들어온 대로 연주해달라고 하는 사람도 있거든. 그런데 그렇게 되면 그건 팀이 아니라 그 사람의 노래밖에 안 되는 거다.
이승규: 그건 재미가 없지.
조지웅: 가령 내가 곡을 가져가면 민혁이가 베이스 리프를 만든다. 내가 생각했던 거랑은 다르게 치는데, 그게 더 좋고 잘 어울린다. 곡 쓰는 것에 대해서 멤버들의 합이 잘 맞는 거다.

밴드를 결성했을 때부터 그런 과정이 순조로웠던 건가.
이승규
: 시행착오가 많았다. ‘곡이 구린 것 같긴 한데, 그냥 하자’ 이런 식으로 묵인하고 넘어갈 때도 있었고. 초반엔 ‘우리가 대체 뭘 해야 하나’라는 분위기라서 괜히 합주비만 버리는 것 같아 짜증이 나기도 했다. 그게 쌓여서 불만이 크게 한 번 터졌고, 그때 만들어놓은 곡을 다 엎고 새로 써서 활동을 시작한 거다.
조지웅: 데모에 실린 ‘Baby don’t kill me’라는 곡이 있는데 그걸 시작으로 우리 스타일이나 분위기가 좀 바뀌었다. 처음엔 그냥 ‘노래는 대충 빨리 만들고 공연이나 한번 뛰어보자’라는 식이었지. 사실 해마 형이 없었다면 우리도 아마 클럽에서 공연하다가 금방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형은 비용이나 스케줄 운용 계획 같은 걸 굉장히 상세하게 짠다. ‘청년들’의 중추신경계다.
김해마: 너네는 생각할 필요 없어. 그냥 나만 따라오면 돼. (웃음)


다들 처음부터 밴드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진지하게 있었던 건가.
조지웅
: 그나마 제일 좋아하는 게 음악을 듣고 연주하는 거였다. 한번 제대로 해봐야겠다 싶었고, 고향인 전라도 광주에서 악기랑 짐 몇 개를 들고 무작정 서울로 올라왔다.
오민혁: 나는 고등학생 때 여기에 합류했다. 고3이 공부는 안 하고 밴드에 들어온 거면, 그만큼 이 길에 대한 확신이 있었던 거겠지.
이승규: 난 애매했다. 집도, 학교도 홍대에서 멀어서 밴드 합류 제안을 한 번 거절했다가 결국 같이하게 된 케이스다. 그땐 그냥 기타 치고 합주하고 공연하는 게 마냥 재미있어서 설렁설렁 하려고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는 그렇게 하면 안 되겠다는 느낌이 들더라. 뭐든 빨리 질리는 성격이라 게임도 잘 안 하는데, 기타는 꾸준히 치고 있는 걸 보면 계속 음악을 해야 할 것 같다. 대학 전공은 광고지만, 그보다는 이게 진짜 재미있다.
김해마: 내 경우엔 ‘청년들’을 하기 전부터 밴드를 했다. 지금 스물여덟 살인데, 스무 살 때부터 시작한 거다. 초반엔 ‘밴드를 해서 꼭 록 스타가 될 거야. 나는 천재다. 타고났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웃음) 그런데 하던 밴드들이 다 깨지고, 나이를 먹으면서 록 스타가 돼야겠다는 마음도 자연스럽게 없어졌다. 지금은 그냥 즐겁게 하고 있다.

공연하는 걸 보면 확실히 집중해서, 즐겁게 하고 있다는 느낌이 전해지더라.
김해마
: 다들 힘들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을 거다. 사우나에 다녀온 것처럼 개운한 느낌이 든다.
조지웅: 공연 전에는 힘이 없어도, 하고 나면 잠이 깰 정도다. 흥분 상태에 들어가는 것 같다.

그런데 오민혁만 항상 껌을 씹거나 무표정으로 베이스를 연주하고 있다. (웃음)
오민혁
: 사람들이 무대에 있는 나를 보고 ‘아, 내가 저 사람한테 감히 말이나 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패기를 부리는 거지. 하지만 무대 아래에서는 친절하다. (웃음) 섹스 피스톨즈의 시드 비셔스를 보면 무대 위에서 정말 섹시하기도 했고, 말을 걸 수조차 없을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지 않았나. 그걸 보면서 어릴 때부터 ‘하… 나도 저렇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이승규: 무대에서만큼은 자기가 멋있다고 생각하는 거, 하고 싶은 걸 해야지.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같은 곳이야말로 무대 위의 쾌감을 더 많이 느낄 기회일 텐데, 아쉽게도 ‘슈퍼루키’에 도전했다가 탈락했다. 당연히 붙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였다. (웃음)
조지웅
: 우리도 그랬다. (웃음)

혹시 페스티벌 무대에 서게 되면 해보고 싶었던 퍼포먼스도 있나.
김해마
: 공연하기 전에 무대에 올라가서 티셔츠를 벗은 다음, 관객들을 향해 던져보고 싶다.
오민혁: 나는 티셔츠를 벗고 베이스를 맨 다음, 마이크 스탠드에 브래지어를 걸어놓고 공연해보고 싶다. 참, 모니터 앰프 위에 발도 하나 올려놓고 거만하게. 악틱 몽키즈가 그렇게 하는 걸 봤는데 굉장히 멋있었다.
이승규: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이 흘러나오는 동안 무대로 올라가서 팔을 크게 벌리고 인사해보고 싶다. ‘20세기 폭스’사 테마가 어울리려나.


결성한 지 2년 정도 됐는데, ‘청년들’은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나.
이승규
: 우리가 방향을 잡고 한 게 아니라 우리한테서 나오는 걸 그대로 한 거다. 이쪽으로 가야지, 한 게 아니라 모여서 같이 손을 잡고 걸어보니까 이쪽이었던 거지. 그냥 좋은 건 다 해보고 싶다.
조지웅: 예전엔 어떤 밴드를 표방하고 그쪽으로 가고 싶다고 했는데, 이제 그런 건 싫다. 사람들이 딱 들었을 때 ‘아, 역시 청년들 노래구나’라고 생각하게 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전에는 우리 음악을 포장해서 말하려고 많이 노력했는데, 지금은 그냥 다들 알아서 듣고 알아서 느껴주시는 게 제일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꼭 한번 앨범을 사서 들어보시라고 말하고 싶다. 나쁘진 않을 거고, 적어도 ‘들어줄 만하네’라고는 생각하실 거다.
이승규: 글쎄, 그걸 어떻게 확신하지? (웃음)
조지웅: 나는 완전 확신해.

이 멤버들로 언제까지 같이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나.
이승규
: 밴드가 오래 유지되려면 독재자가 필요한데 우리는 워낙 그러지 않으니까, 한 명이라도 나가버리면 스타일이 완전히 바뀌겠지.
조지웅: 그렇게 되면 밴드는 전설 속으로….
김해마: 서른 살 넘으면 ‘청년들’이라고 할 수 없잖아. 나는 2년 남았다. (웃음) 사실 언제까지 할 수 있겠다, 없겠다 그런 생각은 별로 안 한다. 지금 이 순간, 이렇게 즐겁게 하고 있으니까 이대로 쭉 갔으면 좋겠다. 뭐, 마음은 이렇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긴 하지.

올해 안에 ‘청년들’이 이루고 싶은 목표는 뭘까.
이승규
: 페스티벌 무대에 서고 싶다. 가을에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
김해마: 거기 섭외 다 끝나지 않았어?
이승규: 아니야. 아직은 안 끝났을 거야.
김해마: 12월에 EP 앨범을 하나 더 내려고 한다. 정규 앨범은 여러 가지 제약이 많아서 아직은 좀 힘들 것 같고.

하긴, 그렇게 시기를 공식적으로 말해둬야 거기에 맞춰서 작업을 진행하더라.
이승규
: 안 나오면 번복하면 된다. (웃음) 원래 8월엔 공연을 안 하고 쉴까 했는데, 자꾸 하게 된다. 재미있는 게 많으니까. 8월 31일에도 클럽 빵에서 ‘로큰롤 데이’라고 해서 포브라더스, 루스터스, 웨이스티드 쟈니스, 핑크 엘리펀트랑 공연을 할 예정이다. 우리끼리 기획한 공연이라 더 기대된다.
조지웅: 아직은 더 달려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홍대 사람들이 우리 얼굴을 다 알 정도가 돼야 한다.
오민혁: 주마가편!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한다.’ 더 박차고 나가야지.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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