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MOM: 윤석민 KIA 타이거즈 투수

2013.08.05


만화 <슬램덩크>에서 김수겸은 서글픈 목소리로 말했다. “능남의 승리도, 해남의 승리도 보고 싶지 않다”고. 마무리 투수로 보직 변경된 KIA 타이거즈 윤석민의 마음이 딱 그렇지 않을까. 아무리 팀 사정이 어렵다 해도 9시즌을 팀을 위해 헌신한 선발 에이스에게 마무리를 맡으라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 본인이 자청했다고는 하지만 FA를 앞둔 일생일대의 시즌이 이렇게 흘러가길 바랐을 리는 만무하다. 게다가 그 타이밍이라니. 누구보다도 잘 던지고 싶었을 삼성 라이온즈 전에서 최악의 투구를 한 후, 윤석민은 밀려나듯 팀의 마무리를 맡게 되었다. 이제 마무리로 자리 잡으면 ‘불펜투수’로 FA 시장에 나오게 되고, 마무리로 실패하면 선발과 마무리 양쪽에서 실패한 시즌이 된다. 마무리로 맹활약해 팀이 가을잔치에 나가게 된다면? 잔여 경기에서 6할 승률을 기록해야 4강 턱걸이가 가능한 KIA의 성적을 감안하면 ‘혹사’라는 두 글자가 조용히 떠오를 것이다(4강 예상 승수는 67~70승. 현재 39승인 KIA는 잔여 47경기에서 최소 28승, 0.596 이상의 승률을 올려야 한다). 어떤 선택지가 나와도 윤석민 개인에게는 우울한 결과가 될 공산이 높다는 뜻이다.

KIA 타이거즈의 선동열 감독은 애제자 오승환에게 해외 스카우트를 의식하지 말고 던지라는 덕담을 건넸다. 윤석민은 그런 선동열 감독을 향해 외치고 싶지 않았을까. 감독님은 최고의 마무리이기 이전에 최고의 선발투수 아니었느냐고. 당신에게 최고의 마무리 제자는 이미 있지 않느냐고. 나는 당신을 만나 설레었고 당신을 잇는 최고의 선발투수가 되기를 꿈꿨노라고. 그리고 그게 불가능하다면...차라리 김수겸처럼 선수 겸 감독이라도 되고 싶다고.

 

이민호
MBC 스포츠 PD. 주요 연출작 <야구夜!>, <야구 읽어주는 남자>. “소시민은 도전하는 자를 비웃는다”는 노모 히데오의 말은 한계투구수를 잊게 하는 인생의 에너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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