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MOM: 홍명보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감독

2013.07.29

빡빡한 데뷔 무대였다. 낯선 팀을 이끌고 엇비슷한 전력의 팀들을 연달아 만나야 하는 세 차례의 홈경기. 게다가 전 국민이 그를 향해 “한국 축구를 구해줘”라며 구조 신호를 보내고 있다. 아무리 강심장이라도 초연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홍명보 감독에게는 그것마저 경험이요 도전이다. 앞서 그가 이끌었던 연령별 대표팀 때와는 또 다르다. A대표팀은 한국 축구의 모든 것, 아니 우리 사회의 대표선수로 받아들여진다. A매치는 5천만 명이 모두 한 마디씩 던지는 경기다. 자신의 철학을 구현하는 데에 온전히 집중하기에는 주위의 시선과 입이 너무 많다. 내용과 결과 모두를 매 경기 손에 넣는 ‘이상적인’ 상황이 아니라면, 이런 여건을 탓하기보다는 이겨내는 법을 익혀야 한다. 축구팬은 영화 <슈렉>의 장화 신은 고양이와 같은 존재다. 애처로운 눈망울로 애교를 부리나 싶다가도 3경기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게다가 단 1골밖에 넣지 못한 성과 앞에선 앙칼지게 돌변한다. 대중이 야속해도 어쩔 수 없다. 그게 바로 A대표팀의 축구가 우리 사회에서 소비되는 방식이다.

이번 대회에서 홍명보 대표팀은 국제무대 경험이 많지 않은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중원에서 전진하는 방식이나 다양한 공격 루트 개척, 그리고 포백의 수비력은 충분한 가능성을 보였다. 하지만 득점에 번번이 실패하고, 또 역습에 쉽게 실점하는 장면은 허점으로 드러났다. 그로 인해 홍명보 대표팀은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하지만 그것을 껄끄럽게 여겨서는 안 된다. 대중과 언론의 반응을 의식하기 시작하면 최종 목표가 아닌 중간중간의 작은 결과들에 신경을 쓰게 된다. 수능 점수를 잘 받는 것에 집중해야 할 수험생이 매월 모의고사 성적에 일희일비하면 곤란하다. 모의고사는 오답 노트를 만들어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절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홍명보 감독은 청소년 대표팀과 올림픽 대표팀을 거치며 이리저리 휘둘리지 않는 자신의 뚝심을 보여줬다. 매번 마침내 목표를 달성해내며 찬사를 받았다. 3경기 2무 1패의 성적은 그래서 아픈 출발이지만, 이처럼 일찍 찾아온 멘붕의 기회는 어쩌면 그에게는 매우 큰 행운인지도 모른다. 앞으로 서서히 그 문제들을 고쳐나가며 성장하는, 홍명보 대표팀의 앞길이 기대되는 이유다.

서형욱
운 좋게도, 축구를 쓰고 말하는 직업을 가졌다. 15년째 축구 칼럼니스트로, 14년째 TV축구해설자로 활동 중. 요즘엔 축구 전문 콘텐츠 그룹 ‘풋볼리스트’를 설립해 재미나는 일들을 꾸미는 데에 몰입하고 있다. 무엇이든 읽고, 보고, 듣고, 쓰는 것이 취미이며, 하나에 빠지면 둘과 셋은 잠시 미루는 성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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